[영화리뷰] 소울
뭘 해도 감흥이 없는 요즘이다. 맛집에서 음식을 먹어도 그냥 그렇고, 음악을 들어도 감흥이 없다. 예쁘게 물들었다는 단풍을 보아도 예쁜줄 모르겠고, 좋아하던 아이돌을 보아도 더 이상 기분이 좋지 않아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 유튜브 보면서 시간 때우기 말고, 좀 더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으로 겨우 영화를 떠올렸고, 친구에게 추천을 받아 보게 된 영화다.
인생에 꼭 '목적'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주인공 '조'는 꿈에 그리던 재즈클럽의 연주자가 될 기회를 잡았다. 오래전부터 이루고 싶었던 꿈이었지만 번번히 실패했고, 재미없는 중학교 밴드부 선생님으로 일하던 중 기적적으로 잡은 기회였다. 조는 너무 신이 난 나머지 하늘을 붕붕 떠다녔고 한 치 앞을 보지 못한 그는 맨홀에 빠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얼마나 허무하고도 미련이 남는 죽음인가. 내가 조같아도 억울함에 이승을 떠도는 귀신이 됐을 것 같다.
저승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달리던 조는 결국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떨어진다. 이곳은 어린 영혼들이 지구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곳이다. 여러 과정을 거쳐 마지막 단계인 '불꽃'을 얻으면 지구로 향할 수 있다. 조는 이곳에서 문제아 어린 영혼인 '22'를 만나게 돼고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영화 초반부, 어린 영혼이 지구로 떨어질 때 필요한 '불꽃'은 인생의 '목적'을 가르키고 있는 듯했다. 22는 이 불꽃을 얻기 위해 간디, 링컨, 테레사 수녀, 코페르니쿠스 등 수많은 위인과의 멘토 프로그램을 거쳤지만 번번히 불꽃을 얻는데 실패한다. 이 과정이 꼭 현재의 내 상황과도 닮았다고 생각됐다. 좋은 강연, 재미있는 공연,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기엔 역부족이다.
지구로 너무나 돌아가고 싶은 조와 굳이 굳이 지구로 떨어지고 싶지 않은 22. 이 영혼들은 사고로 지구로 떨어지게 되는데 22는 조의 몸으로, 조는 고양이의 몸으로 들어가게 된다. (교훈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얻어지기 마련이니까...) 어쩌다 지구로 떨어진 22는 지구에서 먹은 피자 한조각으로 삶의 불꽃이 피기 시작한다.
후반부에 결국 조는 본인의 영혼으로 몸을 찾는데도 성공한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공연도 멋지게 끝마쳤다. 하지만 행복감도 잠시, 꿈에 그리던 것이 이제 그저 반복되는 일이 됐다는 현실에 조는 다시 회의감을 갖게 된다. 본인의 불꽃이 '재즈'라는 것에 한 치의 의심이 없었던 조지만, 결국 불꽃이란 무언가 이뤄야 할 목적이 아니란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저 살아가는 것
어린 영혼이 지구로 떨어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불꽃은 무엇인가 이뤄야할 이유나 목적이 아니었다. 조가 그렇게 되고 싶어하던 재즈피아노 연주자도, 22가 첫 입에 반했던 피자도 인생을 사는데 너무나 큰 동기부여는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인생을 사는데 있어 하나의 과정이나 수단일 뿐인 것이다. 간절히 무언가가 되어야할 필요도 없고, 맛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고 꼭 감탄할 필요도 없다. 그저 현실의 감정에 충실하면 된 거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현재를 즐겨라, 현재를 살아라. 라는 말이 어렵다. 삶이 안정적일 때는 조금 더 신나는 일을 하고 성취가 있어야 할 것만 같고, 경쟁에 치이고 불안정할 때는 내 삶이 안정적인 상태가 되길 바란다. 아직 내 그릇이 넓지 않은 탓이겠지.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힘이 든다고 생각되면 쉬어가면 되는 거 아닐까.
seize the day
Carpe diem
Viva la vida
*영화 추가 정보
감독: 피트닥터/ 제작사: 픽사 / 개봉일 :2021년 1월 20일(원래 개봉일은 2020년 12월 25일이었으나 당시 한국에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해 연기됐다.)